환경보건시민센터 보고서 발표
306명 신고·192명 피해 인정돼
10년째 실태 파악 제자리 지적

경남지역 가습기살균제 건강피해 신고자는 추산 인원 대비 0.5%에 불과하고, 피해 인정률도 63%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환경보건시민센터와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경남환경운동연합은 24일 창원 이마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러한 내용을 담은 '경남지역 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센터는 지난해 한국환경보건학회지에 실린 '가습기살균제 노출 실태와 피해규모 추산'이라는 논문과 경남지역 피해신고 현황을 비교·분석했다.

◇도내 피해자 추산 6만여 명…신고는 306명 = 보고서가 인용한 논문 자료를 보면 1994년부터 2012년까지 18년간 가습기살균제 제품을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경남지역 인구 57만 8324명 중 건강피해자는 6만 1602명으로 분석했다.

이 결과는 지금까지 진행된 실태조사 중 표본 규모(5000가구, 1만 5472명)가 가장 크고, 응답률이 높은 대인면접조사 방식을 썼다는 데 의미가 있다. 전국 단위 건강피해자를 29만~227만 명으로 추산한 2015년 조사보다 오차범위도 줄었다. 현재 전국 피해자 추산 인원은 87만 8978~102만 5319명이다.

▲ 경남환경운동연합·환경보건시민센터·민주노총경남지역본부·경남진보연합·마산YMCA가 24일 오후 이마트 창원점 앞에서 가습기살균제 참사 경남지역 피해 규모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은주 인턴기자 kej@idomin.com
▲ 경남환경운동연합·환경보건시민센터·민주노총경남지역본부·경남진보연합·마산YMCA가 24일 오후 이마트 창원점 앞에서 가습기살균제 참사 경남지역 피해 규모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은주 인턴기자 kej@idomin.com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는 피해구제특별법에 따라 구제를 신청할 수 있다. 하지만 지난 3월까지 경남지역 18개 시군에서 피해 신고자는 306명으로 집계됐다. 건강피해 추산 인원 중 0.5%로 200명 중 1명꼴이다. 피해신고자 중에서 그나마 피해구제가 인정된 사람은 63%(192명)로 나타났다.

◇아직 끝나지 않은 문제 =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가습기살균제 참사가 세상이 알려진 지 10년째"라며 "그런데 도대체 실제 피해자가 누구이고, 몇 명인지조차 기본적인 사건의 ABC도 파악이 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전국에서 구제인정을 받은 사람은 4114명이다. 그중에서도 기업이 배·보상한 사례는 정부로부터 폐손상 1·2단계를 인정받은 사람들로, 700명에 못 미친다. 기업들은 폐손상 외 질환은 가습기 외 다른 요인으로 생길 수 있다는 이유로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최 소장은 "구제가 인정된 사람만이라도 기업이 배·보상해야하고, 판정기준이 좁아 인정받지 못한 사람들에게도 길을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사회적 참사에는 사회적 치유 필요 = 기자회견 뒤 이어진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간담회에서 피해자 가족들은 그동안 애끓었던 심정을 토로했다. 2010년 중학생 아들을 잃은 김정백(59) 씨는 "우리 애 잘생겼죠?"라고 운을 떼며 아들 사진을 들어보이면서 "저도 보통사람이고, 평범하게 살고 싶은데 10년째 이러고 있다. 4년 전 대통령 사과도 직접 받았는데 아무런 조치가 없고, 기업들도 배·보상 책임을 회피하니 너무 억울하고 서글퍼서 다시 또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난 2000년 생후 110일 된 셋째 딸을 잃은 정일관(62) 합천평화학교 교장은 피해 신청을 했지만, 구제인정을 받지 못했다. 병원에서 당시 찍은 MRI 자료를 폐기해 피해 연관성을 입증하지 못해서다. 그는 "가습기살균제 참사는 눈에 띄지 않고 오랫동안 진행됐고, 가족 행복을 위한 행동이 비극을 불러온 만큼 피해자들의 상처도 깊다"며 "사회적 참사를 입은 사람들에게는 사회적 치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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