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에 젖고 운무에 취했던 산중호수길

3월 초록걸음에 함께한 사람들 (사진=최세현)
3월 초록걸음에 함께한 사람들 (사진=최세현)

하동군 청암면에 자리한 하동호는 19851월에 착공하여 199311월에 준공한 농업용 댐으로, 청학동 계곡과 묵계 계곡의 물들이 흘러들어 거대한 산중호수를 만들었다. 지리산 둘레길 10구간과 11구간이 연결되는 지점에 있는 이 하동호를 한 바퀴 도는 둘레길이 새 단장을 하고 지난해에 완성되었다. 총연장 7.5Km에 수평의 길이라 남녀노소 누구나 편안하게 걸을 수 있는 산책길이긴 하지만 아직 공식적으로 지리산 둘레길에 포함되지는 않은 상태다.

2021년 춘분날의 첫 초록걸음도 지난해처럼 코로나19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고 마스크로 무장을 한 채 조심스럽게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오락가락하는 봄비에도 멀리 대전에서 달려온 부부에 초등 6학년 최연소 참가자 지원이까지 다양한 길동무들이 함께 했다. 각자 자차로 하동호 주차장에 모여 안부 인사부터 나누었다. 그리곤 박남준 시인의 시 지리산 둘레길을 들려드리면서 올 한 해도 길동무들이 무탈하게 초록걸음을 걸을 수 있길 바랐다.

 

3월의 초록걸음 (사진=최세현)
3월의 초록걸음 (사진=최세현)

인사를 나누고는 하동호 댐에서 시계 방향으로 걸음을 시작한 길동무들의 각양각색 비옷과 우산을 든 행렬을 보면서 또 다른 봄꽃이란 생각이 들었다. 비바체리조트를 지나면 곧바로 메타세쿼이아 숲길이 나타나는데 이제 막 연초록의 새잎이 돋아나기 시작하는 그 길을 걷는 길동무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필자도 저절로 초록으로 물드는 듯했다. 메타세쿼이아를 만날 때마다 쉽지 않은 외래어 이름보다는 북한에서 부르는 것처럼 수삼(水杉)나무라고 하면 어떨까 생각해 보곤 한다.

예전엔 청학동으로 향하는 1003번 지방도를 따라 왕벚나무 터널 길로 걸었었는데 지금은 호수를 따라 데크 길이 조성되어 안전하게 걸을 수가 있어 좋았다. 꽃 몽우리가 막 터지기 시작한 왕벚나무는 3월 말이나 4월 초가 절정일 텐데 그때 이 길을 걷는다면 데크 길보다 왕벚꽃 터널 길로 걷길 강추하고 싶다. 하동호 주차장에서 출발하면 시계 방향이든 반 시계 방향이든 그 중간 지점이 되는 마을이 바로 나본마을인데 나본마을 서어나무 숲에 조성된 정자와 데크는 점심 식사 장소로 안성맞춤인 곳이다.

 

3월의 초록걸음 (사진=최세현)
3월의 초록걸음 (사진=최세현)

연초록 서어나무 숲에서 점심을 먹은 후 나본마을을 뒤로 하고 30분쯤 더 걸으면 나타나는 상이마을은 위태에서 양이터재 넘어 하동호로 이어지는 둘레길 10코스가 지나는 마을로 여기서부터는 둘레길 10코스와 하동호 둘레길이 겹치는 구간이다. 상이리에서 하동호 댐까지는 30분 정도 걸리는 거리로 하동호의 비경을 만끽하며 걷기 딱 좋은 구간이기도 하다.

이렇게 출발점으로 원점 회귀하면서 3월의 초록빛 새순과 봄비 그리고 산허리에 걸린 운무에 흠뻑 취하며 걸었던 초록걸음이 마무리되었다. 산중호수 길로 이름 붙여도 좋을 하동호 둘레길을 걸으면서 이 길은 장애가 있는 분들도 얼마든지 동행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게다가 원점 회귀할 수 있다는 것 또한 하동호 둘레길의 큰 장점이 아닐까 싶다. 끝으로 올해 초록걸음의 다짐글을 우리가 지리산이다. 지리산을 그대로로 정한 그 의미대로 우리 길동무들의 발걸음이 있는 그대로의 지리산을 지키는 또 하나의 길이 되길 바라면서 글을 맺는다.

 

3월의 초록걸음 (사진=최세현)
3월의 초록걸음 (사진=최세현)

 

3월의 초록걸음 (사진=최세현)
3월의 초록걸음 (사진=최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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