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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구리에게 오월을 선물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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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4-04-30 22:17 조회6,149회 댓글3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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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2시 30분경 사무실로 다급한 전화 한 통이 걸려 왔습니다.
금곡의 죽곡마을인데 여기 너구리 한 마리가 죽어 가고 있으니 빨리 좀 와달라는 전화였습니다. 자꾸만 올려 두어도 픽픽 쓰러지니 얼른 와 달라는 전화의 목소리를 뒤로 하고 우선 차량을 물색해 보았습니다. 아시다시피 사무국의 형편은 자전거가 전부이니 그곳까지는 무리를 할 수도 없는 노릇이지요. 여기 저기 수소문끝에 결국 진주신문에서 업무차 오셨던 권진근 선생님의 차량에 도움을 받아 금산으로 급히 달려 갔습니다.

눈앞에 너구리 한 마리가 우리의 차를 향해 뚜벅, 뚜벅 걸어 오고 있었습니다.
잘 걸어서 우리 차 앞에 오는 것을 보니 ‘요놈이 꽤 건강하구나’란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나 웬걸요, 이놈이 차 앞에서 넙쭉 들어 눕는 것이 아닙니까? 그리고는 일어 나지를 않습니다. 공사하시던 아저씨들은 ‘참 고놈도 지 살려주러 오는 사람은 알아보는 갑제?’라고 하십니다. 그리고는 아침에 개구리를 두 마리 잡아 주니 한 마리는 먹었고, 몸에 기생충이 많아서 10마리나 잡아 주었다고 하십니다. 그 사이 너구리에게 애정을 쏟은 한 아저씨께서는 내 동생이니 잘 부탁한다고 하십니다. 참 따뜻한 사람들입니다. 우리는 그분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일단은 차를 탔습니다. 동물 병원을 갈까? 진양호의 동물원으로 갈까? 고민하다 야생동물을 돌보는데는 아마 동물원이 나을 것 같다는 결론을 내리고 그곳을 향했습니다. 가는 동안 국장님은 너구리 몸에 기생충을 쉴 틈 없이 골라 애고 있습니다. 온몸이 기생충 투성이입니다. 이놈들은 너구리의 피를 뽑아 먹는 놈들이라고 합니다. 너구리는 이미 탈진의 상태가 오래 되어 보입니다. 몸은 앙상하게 뼈만 남아 있고, 눈은 무엇에 홀겼던 것처럼 휑하게 움푹 들어 가 있습니다.
너구리에게 조금만 참아라, 이제 다 왔다. 제발 살아다오, 주문을 걸며 거의 동물원에 다다르니 이놈도 그것을 아는가 발버둥을 칩니다. 내눈에는 마치 ‘나 좀 살려 주소’ 울부짖는 것 같습니다. 어처구니없게도 진양호 동물원은 수의사도 한 명 없고, 아무 의료 조치를 취할 수 없었습니다. 진주시에서는 야생동물은 지정 동물병원에서만 관리하기 때문에 그곳으로 가보라는 것이 었습니다. 너구리에게 얼마나 미안한지 ... 너구리가 조금만 더 기다려 주기를  바라며 봉곡동의 동물병원으로 갔습니다. 수의사는 너구리를 보자 이 놈이 광견병의 주범인데 이놈 때문에 골치가 아프다며 핀잔을 주십니다. 저희도 전혀 모르는 바는 아닙니다.  우리 너구리, 잘 좀 부탁드립니다, 국장님은 마치 기르던 강아지가 아파 병원을 찾은 사람처럼 애잔한 눈길을 보내시며 부탁을 하십니다. 아저씨께서는 너구리를 얼른 들고 오랍니다. 여기 저기 살펴 보시더니 바이러스성 장염이라서 아마 살기가 어려울 것이랍니다. 그리고 영양제도 한 병 놓아 주셨습니다. 그래도 이제 마음이 좀 안심이 됩니다. 너구리는 아무 말도 안하고 있지만 좀 더 편안한 마음이 들기만을 바랍니다. 이 수의사분도 말씀만 거칠게 하시지 속마음은 이 놈이 무사히 오늘밤을 넘겨야 될텐데하며 따스하게 쓰다듬어 주십니다.  오늘 밤 이 너구리가 푸르른 오월을 맞이 할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할 뿐입니다. 너구리가 광견범의 주범이고 농민들의 농사에 손해만 입힌다고 입을 모아 말합니다. 그러나 다들 알다시피 너구리를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는 것은 개발지상주의에 빠진 인간들의 탐욕과 그로 인해 앙상한 숲이 원인 아닐까요? 그런 생각을 짧게 나마 했습니다. 너구리가 살지 못하는 세상에는 결국 인간도 살 수 없다. 인간은 자연이다.

검은 절벽위에서
살아있는 먼 그대를 봅니다.
 
숨쉬지 못하는 그대를 보며
또한, 쉽게 익숙해집니다.

차라리 세상사는
눈을 감고
마음을 속여 가며
돌아 가는 가는 일이
복일지도 모릅니다.

사는 것이 곧 죽는 일임을
힘이 없다는 것이
이리도 초라한 일임을

돌아서서
가십시오

당신이
태어난
그 곳

더불어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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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관리자님의 댓글

관리자 작성일

너구리의 바이러스성 기생병은 치료불가능하고, 고통이 너무 심해 너구리는 밤새 발작을 일으켰습니다.
5월 1일 정오 즈음해서 안락사시켜 이현동 근처 산중턱에 고이 묻어 주었습니다. 부디 좋은 세상으로 가기를

성경용님의 댓글

성경용 작성일

아니 이런..저도 수의학도로서 유감입니다...진주의 야생동물 구조 체계가 아직 확립이 안 되었다는게 유감이네요..한번 고민 해봐야 겠네요

정은숙님의 댓글

정은숙 작성일

저도 진정 애견인이 되고자 노력하는 사람입니다.
야생동물구조도 물론 이거니와 유기견 문제도 문제도 엄청난
고민 입니다. 또한 전문 수의사님의 유기견들의 중성화수술을
엄청 필요로 하답니다. 진주는 동물에 관한 체계가 미확립된
것은 개쪽도 마찬가지입니다. 다음동호회와 자원봉사자가 전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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